우리가 무언가에 대한 공통된 합의에 이르기 위해선 더 가차 없이 나의 '옮음'의 근거를 확보하고 상대의 '틀림'을 논박하는 논의 과정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이다. 소통적 태도란 나도 옳고 너도 옳다는 식의 태도가 아니다. 서로의 의견 차를 '다툼'이라는 말로 쉽게 인정한다면 우리는 서로의 옳고 그름을 합의할 최소한의 근거를 아예 잃어버린다. 이것은 절대적이거나 초월적인 관점이다. 관대한 것처럼 보이지만 실은 교조적이다. 우리는 함정에 빠지지 않기 위해 오히려 격렬한 논의 안에 뛰어들어 수많은 목소리와 경쟁해야 한다. 그 불편한 과정을 회피한 채 서둘러 절충안을 찾고 합의하려는 것, 그것이 강요된 화해다. 그리고 이러한 강요된 화해는 매우 높은 확률로 사회적 통념의 편에 선다.
─ 위근우 《다른게 아니라 틀린겁니다》
위근우
다른 게 아니라 틀린 겁니다
-괄호 안의 불의와 싸우는 법
2019.05.
시대의창
288쪽
138*210mm
380g
1.
이 책은 위근우 기자(이자 칼럼니스트)가 2017년부터 2년간 《아이즈》와 《경향신문》 그리고 개인 SNS에 썼던 글을 모아 엮은 책이다. 이미 세상에 나와있던 글이다 보니 현재상황에 맞는 설명이나 의견을 추가로 덧붙여 놓았다. 이미 다방면에서 많은 글을 세상에 내보내왔으나 SNS를 통해 읽은 몇몇 글을 제외하면 그의 글을 제대로 읽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
그 동안 어떤 상황들에서 찜찜한 기분이나 이상한 느낌이 들었을 때 그 기분이 정확히 어떤 것이고, 그것을 어떻게 표현해야할지 몰랐다. 내 생각을 나조차도 정리하지 못했던 것들, 대화속에서 말문이 막혔던 것들이 어느정도 해소되었다. 그 전에 이 책을 읽었더라도 막힘없이 술술 이야기할 수 있었으리라는 보장은 없지만 그래도 훨씬 전에 책에 나와있던 글들을 읽었더라면 덜 답답했을텐데 하는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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